[뉴로섹시즘] 2. 순수의 종말

순수한 남성형과 여성형은 없다

구현모 · 737414일전

남성형 뇌 + 여성형 뇌 = 6%

차별을 옹호하는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선 그 주장이 서있는 땅을 무너뜨려야 한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땅을 흔들어야 한다. 과연 남성의 뇌와 여성의 뇌는 정말 다를까?

정확히 말하면 밝혀진 건 아무것도 없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교 래리 케이힐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다른 뇌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뇌의 구조가 다르고 스트레스 등에 다른 화학적 반응을 보이지만 어떤 행동을 낳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뇌과학자들은 남녀의 뇌가 스트레스에 상이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PTSD, 뇌질환 등에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뿐, 근본적으로 어떤 능력이 우월하다거나 열등하다고 밝히지 않는다. 남성의 뇌가 여성보다 평균 10~15% 정도 크다는 연구가 우열을 증명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흰수염 돌고래가 우리보다 우등하다.

남자가 화성에서 오고, 여자가 금성에서 온다는 주장의 기저에는 남녀의 뇌가 다르다는 문장이 있다. 하지만 그 문장의 끝은 마침표가 아니고 물음표다. 남녀의 뇌가 구분된다는 전통적 주장에도 반박이 달리기 때문이다. 텔 아비브 대학교의 다프나 조엘 교수 팀은 1400명가량의 뇌 MRI를 분석결과, 남성형 뇌와 여성형 뇌로 완벽하게 분류될 수 있는 비율은 극히 적었다. 뇌의 회백질을 116개 영역으로 나누고, 남성 집단의 평균값과 여성 집단의 평균값이 가장 극명하게 차이나는 10개의 영역을 골랐다. 차이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해당 영역에서 크기를 기준으로 남성형과 여성형을 나누었다. 남성이라면 남성형 회백질이 많아야 하고, 여성이라면 여성형 회백질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집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0~8%만 완전히 남성형 내지 여성형 뇌를 가졌으며 대부분은 뒤섞여 있었다. 남성형 회백질과 여성형 회백질의 혼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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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하자면 퍼즐이다
출처 : CC BY geralt

그렇다면 그동안 이루어진 뇌 연구는 전부 거짓말인가? 아니다. 다만, 서로 반박하고 있을 뿐이다. 진실에 도착하지 않은 채, 여전히 진실을 찾는 여정에 있다. 해리 라이스 교수가 진행한 메타 분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제외한 심리적 특성과 인지적 특성에서 이분법적으로 나뉠 만큼 차이가 극단적이지 않다. 총 13,301명의 데이터를 다시 종합해서 다시 분석한 결과, 근력 등을 제외한 영역에서 남녀의 차이는 성별 사이의 차이보다 집단 내 차이가 더욱 심했다. 수학을 두고 보면, 남녀 사이의 차이보다 잘하는 남성과 못하는 남성의 차이가 더 크다이다.

합리적인 이야기다. 많은 과학자가 지적한 부분이다. 남성형 뇌와 여성형 뇌는 탄생이 아닌 환경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진짜다. 2001년 트레이시 쇼의 연구를 보자. 좀 어려운 단어를 써보자. 수지상 돌기라는 놈이 있다. 우리의 뇌의 뉴런에 달린 돌기다. 이 돌기가 발달하며 뉴런이 달라지고 뇌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에스트로겐 레벨이 높아질 때, 암컷 쥐가 수컷 쥐보다 수지상 돌기를 더 많이 만들어냈다. 에스트로겐 수치에 대한 민감도가 다른 셈. 이로 인해 암컷 쥐는 수컷 쥐에 비해 수지상 돌기를 많이 가질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뇌의 모양이 다르다.

이에 더해 트레이시 교수는 스트레스에 따라 뇌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기 위해 쥐의 꼬리에 전기를 가했다. 전기를 가했을 때, 수컷 쥐는 수지상 돌기를 더 많이 만들었고 암컷 쥐는 더 적게 만들었다. 요지를 쑤셔보자. 자연적인 호르몬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환경에 따라 수지상 돌기의 숫자가 달라진다는 연구였다.

쑤신 요지를 꺼내보자. 이 요지의 뜻은 무엇일까. 태어나면서 만들어지는 내분비샘의 호르몬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이 우리의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리의 뇌가 오갈 수 없는 경계에 따라 양분되지 않았으며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즉, 뇌는 불변이 아닌 가변이다. 너무나 당연해 사소하게 여겨지는 사실이지만, 무거운 진실이다.

차이는 있는데, 그래서 어쩌라고?

물론, 남녀의 뇌가 모자이크라는 주장 역시 진실로 다가가는 관문 중 하나다. 다프나 조엘 교수은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특정한 내적 일관성 수준에 도달해야만 남성형 뇌와 여성형 뇌로 분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기서 언급한 내적 일관성이 너무나 자의적이며 설명력이 부족하다고 비판받았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지적이다.

차이가 있다는 연구 역시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하지만 방향은 다르다. 지난 2013년,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라지니 버마 교수는 구조적으로 남성의 뇌는 인지와 협동능력 중심으로, 여성의 뇌는 사회성과 기억력 중심으로 발달했다는 연구발표했다. 하지만 반대 방향의 연구도 있었다. 2017년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스튜어트 리치 교수는 영국 바이오뱅크의 뇌 데이터 5,216개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녀의 뇌 차이는 극명했다. 여성의 대뇌피질이 남성보다 평균적으로 더 두꺼웠는데, 두꺼울수록 지능인지 능력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고 알려졌다. 공간 지각과 기억력에 영향을 미치는 해마 영역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컸다. 라지니 버마 교수의 연구와 반대 방향이다.

사실 방향은 중요하지 않다. 그동안 밝혀진 연구와 위에 언급한 연구 모두 남녀 뇌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방향은 제각각이지만, 차이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뇌의 차이가 행동까지 영향을 준다고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했다. 멜버른 대학교의 코델리아 파인은 사이언스에 “남자의 뇌, 여자의 뇌?”라는 을 기고하며, 남녀의 뇌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는 대부분 행동의 차이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제시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행동의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뇌의 차이를 차용했을 뿐, 뇌로 행동을 설명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사회화 과정에서 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천성과 양육을 대조시키지만, 정작 뇌과학은 천성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다. 사회적 경험이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본적인 차이를 증명할 수 없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코델리아는 위와 같이 남녀 뇌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본질주의’적인 입장이라 부르며 신경 성차별 내지 뉴로 섹시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쯤 되면 남녀 뇌에 차이가 있는지 없는지 헷갈린다. 진실은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에 있다. 결국, 선천적인 차이가 있다는 문장에는 물음표가 찍히고 그 물음표의 답은 사회화에 있다. 천성과 양육을 대립시키면 천성에서 출발한 우리의 질문은 양육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