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스펙트럼이다] 3. 성별로 떠나는 여행

중간지대로의 여행

구현모 · 737414일전

성 결정, 물음표로의 여행

지난한 논쟁의 끝은 어디일까. 밝히려고 했으나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성별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문장에 달려있는 느낌표로 시작해 성기, 염색체 그리고 호르몬까지 거쳐온 이 논쟁의 끝은 결국 물음표다. ‘성별은 XX염색체와 XY 염색체로 결정된다’는 마침표가 있는 문장은 중학교 교과서에만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성은 쉽게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염색체의 모양새처럼 성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단선이 아니라 나선이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a Amercian, 이하 SA)에 따르면, 성별은 5가지 요소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자궁 안에 있을 때 염색체가 아이의 성별을 일차적으로 결정하나, SRY 유전자가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 SRY유전자는 일반적으로 Y염색체에서 발견이 되며, 고환과 페니스의 형성을 촉진한다. XX염색체를 가졌을지라도 SRY유전자가 있다면, 고환 등 남성형 생식기가 발달한다. 성염색체뿐만 아니라 다른 염색체도 생식기 발달에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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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유전자가 이렇게 생긴 게 아니다.
출처 : CC BY OpenClipart-Vectors

염색체와 유전자를 거쳐 호르몬에 도착한다. 생식샘에서 나오는 성호르몬은 생식기 발달을 촉진시킨다. 하지만 성호르몬이 부족하거나 호르몬 전달 경로에 이상이 생기거나 생식샘이 아닌 기타 내분비샘에서 나오는 다른 호르몬과의 상호작용으로 이전 단계에서 결정된 성과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질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출산 직후 성기가 발달하고 2차 성징까지 겪어야 성이 결정된다. 크게 3단계(태아, 출산, 사춘기), 작게 보면 5단계(염색체, 유전자, 호르몬, 성기 발달, 호르몬)를 거쳐야 성이 결정되는 셈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 그리고 앞서 언급한 마리아 포티노와 캐스터 세메냐 그리고 두티 찬드 모두 염색체와 유전자 그리고 호르몬의 다양한 상호 작용을 겪었다. 우리는 5단계를 거쳐 겨우 지금의 우리가 됐고, 그들도 그들 자신이 됐다.

양극단은 존재한다. 하지만, 양극단만 존재하지 않는다. 이분법에 기반한 연구는 절대불변의 진리가 아니라고 증명되고 있다. 1990년에 SRY유전자가 성을 결정한다는 연구가 이뤄진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여성이 기본형이고 SRY유전자가 발동되어야만 남성이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94년 에릭 빌레인 교수는 이런 전통적인 관념에 물음표를 던졌다. SRY유전자가 남성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여성형으로 만드는 유전자를 막는다주장했다. 결국, 성은 남성으로 만드는 유전자, 남성이 되는 것을 막는 유전자, 나아가 여성으로 만드는 유전자 사이의 밀고 당기기라는 셈.

중간지대, 인터섹스.

기나긴 성의 여행 끝에 누군가는 전형적인 남성 혹은 여성에 도착했다. 누군가는 중간지대에 도착했다. 이 중간지대에 도착한 여행자는 인터섹스(Intersex) 내지 간성이라 부른다.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 사무소(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OHCHR)와 북미 인터 섹스 소사이어티(Intersex Society of North America)는 인터섹스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뉜 이분법에 맞지 않는 생식샘, 생식기 그리고 염색체를 가진 사람을 통칭하는 단어라고 규정했다. 의학계는 이러한 인터섹스를 성 발달 이상(Disorders of Sex Development, 이하 DSD)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DSD는 염색체와 호르몬 이상 등으로 인해 판별이 불분명한 성기를 가진 경우를 뜻하나 아직까지 규정에 대한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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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섹스를 상징하는 깃발
출처 : CC BY Intersex Australia

DSD라는 단어를 사용하자는 주장이 곧 인터섹스가 장애 내지 질병이라는 주장은 아니다. 인터섹스는 의학적으로 보았을 때 호르몬이 과도하게 많이 나오거나 적게 나온다. 그렇기에 기존의 치료법과 다른 치료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인터섹스가 아닌 DSD라는 명명이 과학, 생화학, 의학적으로 더 적합하다기 때문에 인터섹스라는 광범위한 단어보다 DSD라는 구체적인 단어가 적합하다고 빌레인 교수는 말했다. 실제로 인터섹스 중 하나인 터너증후군의 경우, 일반인보다 신장기형과 당뇨병 등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용어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자.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어떻게 표현하냐 보다 중요하다. 인터섹스의 분류는 무수하다. 터너증후군, AIS, 클라인펠터증후군 등 수많은 종류의 인터섹스가 존재한다. 약 40가지가 넘는다는 기사도 있다. 종류보다 규모에 집중하자. 개념을 좁게 하면 4,500명당 1명 꼴이며, 요도하열 증상 등을 포함해 조금 넓게 하면 100명당 1명 꼴이다. 유엔 팩트 시트에 따르면 전 세계의 약 1.7%가 인터섹스로 추정된다. 적은 숫자가 아니다. 전 세계에 있는 다이아몬드 수저들만큼이나 많은 숫자다.

부정당하기 위한 정체성

이렇게 많은데 왜 보이지 않았을까. 수많은 수술이 있었기 때문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수술은 피부 등을 째거나 병을 고치는 일 혹은 결함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이다. 결국은 잘못된 무언가를 고치는 일이다. 고치기 위해 이들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했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는 정체성이 부정당했다. 수술로 인해 본인이 부정당하는 아이러니다. 인터섹스라는 정체성은 본디 소독되어야만 하는 존재였던 셈이다.

인터섹스가 태어날 때 겪는 수술은 성 할당 수술, 교정 수술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다. 하지만 본질은 하나다. 성기를 잘라내는 것. 남성형 성기를 잘라내 클리토리스를 만들거나, 비대한 클리토리스를 잘라내 전형적인 남성의 성기를 만든다. 성기가 없어지기 때문에 겉으로 보았을 때 남성 내지 여성이 된다. 하지만 호르몬과 염색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추후 2차 성징을 겪으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13년 전, 한 아이가 태어났다. 세상은 그에게 마크 크로포드란 이름을 주었다. 하지만 갖고 태어난 성 정체성은 부정했다. 남성형 생식기와 여성형 생식기 모두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으로 나온 뒤 16개월 만에 그 아이는 수술을 받았다. 교정 수술이란 명목으로 가지고 온 정체성을 부정당하고 새로 부여받았다. 의료진은 남성형 성기를 제거했고 그 아이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을 강제했다. 소녀는 소년으로 불리길 원했고, 남성으로서 정체화했다. 성기와 반대로 정체화된 그의 삶은 정신적 고통과 수술 후유증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양부모는 의료진을 고소했다. 4년 간의 고민 끝에 법원은 의료진에게 16년 동안 44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마크 크로포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많은 인터섹스가 정상화 명목으로 받는 수술로 인해 지정받은 성과 추후 정체화한 성 사이에서 갈등을 겪었다. 이는 인터섹스가 근본적으로 스스로 깨닫지 않고 남에 의해 알려지기 때문이다. 인터섹스는 커밍아웃하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알려진다. 태어날 때 의료진과 부모가 알고, 추후 병원에 갔을 때 의료진에 의해 인터섹스로 판명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체화하는 게이와 레즈비언과 다르다. 깨달은 성 정체성으로 인한 갈등 때문에 수술까지 하게 되는 트랜스젠더와도 다르다. 인터섹스 대부분은 본인이 인터섹스인지 깨달을 수 없다.

인터섹스를 둘러싼 대부분의 교정 수술은 자아가 없는 유아 시절이 이뤄진다. 호르몬 치료, 2차 성징 이후 정체성 등 다양한 요소와 결합되는 문제다. 이토록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기에 의견을 표명할 수 없다. 앰네스티(AMNESTY)는 이러한 수술을 인권 문제로 판단했다. 앰네스티에 따르면 대부분의 성 할당 수술이 응급한 상황이 아닌 사실상 없어도 되는 수준에 가까웠다고 한다. 남성 내지 여성으로 보이기 위한 없어도 되는 수술이었지만 아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상처는 너무나 컸던 셈이다. 이런 문제로 인해 유엔은 자기 동의 없는 성 할당 수술이 고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역시 아이의 자아가 충분히 발달한 이후 본인의 동의하에 수술을 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수술을 피한다고 해서 나아지지 않는다. 우리가 부여받는 주민등록번호엔 성별을 명시하는 번호가 있고 인터섹스는 이로 인해 결국 남성과 여성 둘 중 하나를 고르게 된다. 산부인과에서 의료진이 기록하는 출생신고서엔 ‘미상’이 있지만, 동사무소에서 등록하는 출생신고서엔 남성과 여성밖에 없다. 병원을 피해도 동사무소를 피할 수 없다. 자기소개서, 입학지원서, 입사지원서 등에 대부분이 쉽게 기입하는 성별란에서도 이들은 멈칫거릴 수밖에 없다.

인터섹스라는 범위는 좁지 않고 수가 적지도 않다. 성기 모양이 모호해서든 호르몬과 염색체 이상으로 인해 아파서든 이들에게 자신을 만들어내고 증명하거나 발견하는 과정은 아플 수밖에 없다. 때로는 부모를 원망하기도 한다. 혼란과 갈등이라는 단어에 개인의 고뇌와 고통을 전부 담을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